TK의 최대 현안인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사업’이 첫삽을 뜨기도 전에 난관에 부딪혔다. 지자체 사업으로 추진되는 터라 11조원이 넘는 사업비를 사실상 차입해야 하는데, 이자부담만 수조원에 달하는 등 대구시 재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시는 지난 3월 ‘공공자금관리기금(이하 공자기금) 신청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신청서에는 신공항 착공에 들어가는 내년부터 이후 5년간 11조5000억원 규모의 정부 자금을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는 공사 첫 해(2026년) 토지 보상비 등 2795억원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TK신공항 은행주택대출금리 건설을 위해 현재 대구시는 ‘나랏돈’(공자기금)을 빌린다는 목표를 우선순위로 세운 상태다. 시는 신공항 건설 목적의 지방채를 발행한 뒤 정부가 공자기금으로 해당 지방채를 사들이도록 하는 방식으로 사업비를 충당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신공항 건설로 비게 될 현 공항의 부지를 개발해 얻는 수익으로 공자기금을 갚겠다는 것이다. 즉 사업 기간 애드온시스템 을 앞당기기 위해 일단 빚을 내서 공사를 벌인 뒤, 정부에 원금과 이자를 갚겠다는 게 대구시의 복안이다.
하지만 최근 대구시 안팎에서는 정부기금 투입이 해답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각종 위험 요소를 덮어둔 채 사업 추진에만 열을 올렸다는 것이다. 공자기금도 ‘빚’인 만큼 향후 채무를 갚을 여력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첫 번째 지적이다. 분 한국신용평가원 기마다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공자기금은 올해 2분기 기준 약 2.8%로 운용 중이다. 대구시는 5년 거치에 10년 상환 조건으로 공자기금을 끌어온다는 구상인데, 낮은 이자율(통상 3% 전후)을 감안하더라도 이자가 무려 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30년까지는 이자만 갚게 되지만 상환 시기인 2031년부터 10년간은 원금과 이자를 함 다자녀전세대출 께 갚아야 한다. 대구시 재정을 감안할 때 15조원에 육박하는 돈을 신공항 건설에 따른 사업비로만 갚아나가야 하는 셈이다. 대구시는 사업비를 현 공항이 떠난 자리를 개발해 충당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이는 ‘계획대로’ 진행될 때, 즉 공사기간과 이에 따른 개발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때를 전제한 주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목표대로 2030년 개항이 이뤄지면 기존 부지에 대한 분양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은 토양오염 정화 단계 등을 거쳐 빨라야 2032년쯤으로 예상된다. 선분양임을 감안하더라도 해당 시점의 부동산 경기가 어떨지 예측이 어렵고, 분양 수익이 기대만큼 발생할지도 알 수 없다. 또한 대구시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이번 사업의 목표 시점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대규모 공사임을 감안할 때 공사기간을 8~10년으로 잡는 게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기존 부지 개발이 늦어져 그만큼 이익 환수 시점이 늦춰지고 이자 부담도 더 커진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금 목표대로 착착 진행된다고 해도 공자기금을 본격적으로 갚아나가야 하는 시점이 되면 대구시가 엄청난 재정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면서 “공사기간이 길어질 수록 재정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말했다. 실제 시는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개발 사업에 끌어오기 위해 몇차례 접촉했지만, LH측이 사업의 위험성을 들어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LH측은 “공사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분양 리스크가 너무 크다”면서 “대구시가 위험성을 책임지겠다는 서약을 하지 않으면 합류할 수 없다”고 언급하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계획대로 공자기금 차입이 가능할지도 아직 불확실하다. 공자기금 운용 권한을 가진 기재부는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등의 이유로 기금을 대여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오는 8월까지 기재부가 내년도 기금운용계획안에 TK신공항 건설 사업을 ‘지정사업’에 포함해야만 내년도 신공항 사업비를 마련할 수 있다. 기재부는 올해 지방에 풀 수 있는 자금으로 100억원을 할당했지만, 아직 배분하지 않았다. TK신공항 사업 규모를 고려할 때 별도의 계정이 만들어지거나, 다른 계정으로 요청할 수 있도록 근거가 뒷받침돼야 사업비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대구시는 보고 있다. 현재 지방채 초과 발행을 위한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공자기금의 활용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한 상태다.
대구시가 2023년 11월 서울 한 호텔에서 대기업·건설사·금융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경북신공항 특수목적법인(SPC) 선정을 위한 투자설명회를 열고 있다. 대구시 제공
이제는 말할 수 있다?···홍준표에 ‘쓴소리’ 못한 대구시 공직사회의 양심고백
신공항 계획은 지난해 초 첫단추를 꿸 때부터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홍준표 전 시장이 내세운 사업 방식이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지적이었다. 이 사업은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당초 대구시는 공공기관과 민간이 공동출자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해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 특수목적법인(사업시행자)이 새 부지에 신공항을 건설해 시에 기부하는 대신, 기존 공항 부지를 넘겨받아(양여) 이익을 창출해 사업비를 충당하는 방식이다. 시는 SPC를 통한 개발안을 놓고 줄곧 ‘장밋빛 전망’만을 내놨다. 대구시는 홍 전 시장 때인 지난해 3~4월 SPC 방식과 관련해 공공 및 금융기관 10여곳과 업무협약을 맺고, 신공항 건설 및 공항 이전터 개발 사업에 47개 건설사가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발표하는 등 수차례 긍정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불과 반년쯤 뒤인 지난해 9월 판이 뒤집혔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건설사 공모에 어려움을 겪자 대구시가 주도해 공영개발 형태로 바꾸겠다는 발표가 나온 것이다. 지난해 민생토론회 등에서 있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오더’와 대구시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LH·한국공항공사 등 공기업의 SPC 참여가 불발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여기에다 금융 이자만 15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점도 컸다. 애초에 불가능한 사업 방식이었다는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다. 대구시 관계자는 “홍 전 시장의 기세에 눌린 탓인지 공직사회에서는 사업 방식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면서 “이 사업은 처음부터 ‘관문공항’을 짓겠다는 정당성을 강조해 국책사업으로 갔어야 했는데 아까운 시간만 많이 흘려보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치적 힘이 컸던 홍 전 시장이 (사업의 한계를) 인정하고 정부에 국책사업 추진을 강하게 요구했으면 어땠을까 싶다”며 “특수목적법인은 물론이고 공자기금을 통한 자금조달 방식 역시 대구시 행정을 (재정부담 측면에서) 깊게 생각했다면 나올 수 없었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는 일단 공자기금 확보와 금융 비용을 줄이는 등 사업성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에는 신공항 건설을 이번 6·3 대선 때 지역에서 요구할 ‘제1호 공약’으로 채택했다. 신공항 건설에 드는 일부 사업비를 국가 예산으로 지원해 달라는 내용 등을 각 정당 후보에게 건의하기도 했다. 사실상 ‘투트랙 전략’을 펴겠다는 기류 변화가 최근 대구시 내부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는 민·군 통합공항 이전 사업을 추진 중인 광주시와 함께 이번 대선 공약에 신공항 건설비 지원을 요구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대구시는 최근 경북도가 사업시행자로 함께 나서겠다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서는 특별법 개정 및 중앙부처 협의 등을 이유로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다. 나웅진 대구시 신공항건설단장은 “현 시점에서는 공자기금을 지원받는 게 우선 목표이지만 국책사업 요청도 추진 중”이라며 “재정 부담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 지연 우려에 대해 그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수익을 위한) 토지분양 일정을 예상하는 등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사업은 대구 군 공항(K-2)과 대구국제공항을 동시에 군위·의성지역으로 옮기는 국내 최초의 민간·군 통합 이전 사업이다. 신공항은 대구시 군위군과 경북 의성군에 걸쳐 민간 공항 1.87㎢, 군 공항 16.9㎢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작성일 : 25-05-1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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