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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은 저 개인보다 대만 전체에 끼친 영향이 커 보입니다. 대만만의 문학이 존재한다는 인식, 다양한 대만 문학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다는 거죠. 대만은 언어도 ‘비주류 중국어’ 아니냐, 우리 스스로도 ‘대만 문학’이 발전하겠냐 해왔거든요.”
2024년 말 대만을 흔든 사건이 있었다. 한강 작가의 새마을금고집담보대출 부커상(당시 맨부커상), 심지어 노벨 문학상 수상에까지 견주는 이들이 있었다. 그 진원지, 지난해 11월 대만 최초로 전미도서상(번역 부문)을 수상한 양솽쯔(41) 작가를 21일 오후 서울 서강대에서 진행한 대담 뒤 따로 만났다. 한국 언론과는 첫 인터뷰다.
1984년 타이중 출생. 본명 양뤄츠. “가정 형편이 어려워 숨구멍을 찾으려”고 결혼조건 글을 썼다. 14살 때 습작하고, 대학 진학한 18살 첫 소설을 펴냈다. 총 7종 가운데 절반 이상이 “환상을 더해 (나 자신의) 현실도 잊고, 소설 진입 장벽도 낮아서 쓴” 연애 소설이다. 2014년 본명 대신, 문화 연구자이던 쌍둥이 여동생과 함께 하나의 필명을 사용하기로 했다. ‘쌍둥이’를 뜻하는 일본식 한자어(?子)다. 발음하자니 ‘솽쯔’. 이듬해 삼성화재빌라대출 동생은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2016년 전업 작가로 나선 양솽쯔가 개척하다시피 지금껏 천착하는 장르가 ‘역사 백합소설’이다. 전미도서상을 받은 2020년 작 ‘대만 만유록’, 최근 국내 소개된 2023년 작 ‘쓰웨이가 1번지’가 그 계보요, 작가가 강조한 “다양한 대만 문학”의 뚜렷한 증거다.
수상을 기대했을까?
“안 월세 복비계산 했다. 신경도 별로 안 썼다. 되기 전엔 식민지 역사와 레즈비언 서사가 받아들여질까, 되고선 번역가 상이니 그분의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나중 보니 ‘아, 내 공도 좀 있겠다’ 했다. 하하. 대만은 엘지비티(LGBT) 이슈만 봐도 중화권은 물론 아시아 어떤 나라보다 널리 알릴 만한 개방성과 독특함을 갖고 있다.”
대만 내 퀴어 문학(자칭 한국장학재단 학자금대출 지급 ‘동지 문학’)은 ‘이반’과 ‘일반’의 구분이 더는 무의미해 보일 만큼 흔하다. 대학에서 중문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고, 동생 몫까지 더해 스스로를 작가 대신 “문학 연구자”로 부르는 양솽쯔는 이렇게 말한다.
“세 부류가 있는데, ‘지엘’(GL·Girl’s Love)은 여성 간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다. 웹소설 위주다. ‘레즈비언 문학’은 레즈비언과 사회 관계에 주목한다. 천쉐가 이 경우다. 난 백합 소설이다. 주요 인물 둘이 여성이고 그들 관계와 상호 영향에 더 집중하는데 이성애자일 수도 있고 (정체성 등에서) 훨씬 복잡하다. 복합 장르가 가능해지는데, 역사에 기반한 ‘역사 백합 소설가’는 저뿐인 것 같다.”
‘대만 만유록’은 1938~1939년 일제 식민기, 대만을 방문한 일본 여성 작가 치즈코와 대만인 여성 통역 치즈루 사이 미묘한 연애 감정과 둘의 남부 여행을 소재로 한다. 이름도 비슷하거니와 격발된 감정, 그러나 신분 차이, 대만과 일본의 권력 관계라는 깊은 강에서 연애는 아련히 좌초한다. 형식상 특이점은, 작중 화자가 “천황은 못마땅하다”더라도 “아름다운 벚꽃은 죄 없다” 말하며 그 시절을 뒤에 소설로 쓴 치즈코란 점이다. 역사와 감정이 번역의 강을 건너야 한다.
“대만은 일본에 대한 입장이 한국과 많이 다르다. 식민 시대가 대만에서 빛나는 시기라는 인식도 있다. 유산의 의미를 많이 고민했다. 누군가는 제게 ‘일본의 황민이 되고 싶은 거냐’고 욕도 하는데, 책 읽은 독자는 오히려 비판적이란 걸 안다. 한국 독자들은 어떻게 읽을지 정말 궁금하다.”
지난 21일 오후 1시께부터 2시30분까지 청중 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 서강대에서 진행된 양솽쯔 작가와의 대담. 왼쪽은 ‘대만 만유록’(원제)을 번역 중인 김이삭 사회자. 전세계 13개국에 소개되거나 번역 중인 ‘대만 만유록’은 올 11월 국내 출간 예정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진지하지 않게 엄숙한 이야기를 전하려”는 양솽쯔에게 역사는 곧 음식과 공간으로, 여행, 연애, 감정, 신체로 사유된다. 그러니 이날 1시간 반 대담도 가만할 수 없었다. 50여명 청중은 추임새를 아끼지 못했다. 지난 19일 쌍둥이 동생 기일 10주기로 “동생과 함께 여기 왔다”는 양솽쯔 말에 “최근 동생을 잃었다”며 통역을 잇지 못한 김이삭 번역가, 그를 토닥이는 양솽쯔…. 그들에게 휴지를 건네려던 청중은, 양솽쯔가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지금의 ‘아내’에게 도서전에 입고 갈 의상 코디를 부탁했다가 “내 스타일이다”라고 고백한 일, 그가 코디해 준 두번째 옷이 ‘웨딩드레스’였단 이야기에 키득대다 “이전 헤어진 여자 친구 셋은 모두 남자와 결혼했다”는 말에 자지러지고 말았다.
양솽쯔는 공개 석상에서 레즈비언임을 먼저 밝힌다. 자신의 문학적 태세를 밝히는 일과 다름없다.
“레즈비언은 주변부 아닌가. 세계를 보는 각도와 인식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그게 제 작품이다.”
주변은 어떻게 중심을 흔드는가.
“타이중도 전혀 주류가 아니다. 일제 때 계획 발달한 도시로 신규 유입 인구가 많아 다양성에 대한 포용력이 크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여러 특색이 섞여서 또 퍼져 나갔다. 타이중에서 자란 제가 어떻게 음식 호기심이 크지 않을 수 있겠나?”
그 음식 중 하나가 대만 바깥을 뒤흔든 ‘버블티’란 말에 좌중은 입을 못 다물었다. 그때뿐이겠는가.
“대만에서 동성혼 합법화가 처음 발의된 게 2006년이에요. 엄청 격렬히 논쟁하고 싸웠어요. 2019년 통과되었고 5년도 넘게 지났는데, 별다른 일 없었습니다. 통과되고 보니 별게 아니었거든요. 그렇게 싸울 만한 일이 아니었어요. ‘아, 나쁘지 않네?’ 하며 받아들입니다. 인정하게 돼요.”
지난 20일 오후 6~7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열린 행사(‘소설로 떠나는 타이완 미식 여행: 양솽쯔의 맛과 기억’)에서 최근 국내 소개된 소설 ‘쓰웨이가 1번지’ 등에 등장하는 음식을 설명 중인 양솽쯔 작가(가운데).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글·사진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작성일 : 25-06-26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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